아마존 뱅크가 온다 ・ 다나카 미치아키(지은이), 류두진 (옮긴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전세계에 유통망을 구축하고 물건을 팔고 있는 아마존. 그 아마존이 은행을 만들려 한다는 소식에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이제 옆의 다른 은행이 아닌, 핸드폰 속에 있는 아마존 뱅크에 맞서야 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대기업의 기업 금융 거래는 최후까지 메가뱅크가 사수해야 할 업무다.
아마존 뱅크가 온다 / 29p
“아마존이 금융 서비스업에 진출하면 미국의 가장 큰 은행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를 합친 가치를 능가할 것이다.”
- 월스트리트저널
아마존이 은행을 만든다면?
실제로 아마존 뱅크가 탄생할까? 물론 'Bank'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Banking’은 필요해도 ‘Bank’가 필요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들 하니 말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거대 자본들의 전쟁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것. 하지만 금융을 간단히 말하자면 ‘돈이 돌고 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 생활 자체가 금융의 연속인 것이다.
벌써 우리 삶은 바뀌고 있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휴대폰만 들고 다녀도 거의 모든 결제가 가능하다. 이 차세대 금융 전쟁은 우리 삶의 모습을 더욱 더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혜택을 받는 자가 있으면 소외되는 자가 있는 법. 앞으로의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금융이 주는 혜택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 아마존과 같은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과 기존 은행들이 벌이는 금융 패권 전쟁이 우리 삶과 결코 멀지 않은 이유다.
금융 전쟁은 우리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것이다.
금융 디스럽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금융업계에 가져온 변화의 전제조건에는 현금이 필요 없는 '캐시리스(Cashless)'가 있다. 캐시리스 결제는 무인화·자동화와 모든 것을 서비스화하는 기반이 된다.
지금은 현금이나 카드 대신 모바일로 결제하는 '캐시리스 3.0'을 통해 도전하고 있지만, 앞으로 진행될 '캐시리스 4.0' 시대에는 안면 인식 결제, 음성 결제, 사물인터넷 결제 등이 보편화될 것이다.
당신은 기존 금융 산업을 파괴하는 참여자, 즉 '금융 디스럽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저자는 3대 금융 디스럽터로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를 꼽는다.
이들은 독자적인 초대형 플랫폼과 방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 사업에 차례로 뛰어들고 있다. 예금, 대출, 결제 등 기존의 금융은 더 이상 은행만의 독점 영역이 아니게 된 지 오래다.
테크놀로지 기업들은 캐시리스 결제는 물론이고, 매매가 이루어지는 상거래 정보, 배송과 같은 물류의 흐름뿐만 아니라 자금의 흐름인 금융 정보까지 확보했다. 이제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자사의 경제권을 더욱 확장해 선순환을 일으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3대 금융 디스럽터로 불리는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핵심은 역시 ‘고객 경험’이다. 금융 디스럽터들은 불편하고, 어렵고,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하는 소모적인 경험을 대신해서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편리하고, 쉬우며, 빠른 금융을 제시한다. 이미 아마존이 제공하는 아마존렌딩, 알리바바 그룹이 제공하는 즈마신용 등은 매출과 평점에 기반하여 최적화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텐센트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위쳇의 10억명이 넘는 사용자가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커머셜 플랫폼 기반에서 출발한 아마존과 알리바바와 달리 메신저 기반의 텐센트가 MAU*에서는 우위다. 즉, 고객과의 접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이를 활용해서 투자, 은행, 보험 등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이 늘 무서운 것은 이정동 교수가 <축적의 시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넓은 국토와 10억 인구를 이용해서 '공간'의 축적으로 '시간'을 따라잡는 것. 우리 기업들이 10년에 걸쳐 쌓을 데이터를 중국은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이용해 1년 만에 더 많은 데이터와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
*MAU - 월간 활성 사용자수(Monthly Active Users)
기존 은행들의 반격
기존 금융 산업에서도 나름의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JP 모건 같은 금융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3C*분석을 하면서 자사의 우수한 브랜드와 인재들을 활용하고, 고객과 시장 측면에서 트레이딩 부문을 과감하게 축소하면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3C - Company(자사), Customers(고객), Competitor(경쟁자)를 뜻한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던 투자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GAFA**를 금융의 경쟁자로 인정하면서, 2015년 IT투자에 30억불, 즉 3조 가량 투입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켰다. 여기에 더해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커스 뱅크'를 출범하여 소매금융에도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있다.
**GAFA - Google(구글), Amazon(아마존), Facebook(페이스북), Apple(애플)을 이르는 단어.
메가뱅크들도 빅테크 기업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디지털 은행이라 소개되고 있는 싱가포르의 DBS는 자기파괴적 혁신에 주저함이 없다. DBS는 스스로 클라우드 네이티브*가 되려고 노력하고, 오픈 API**로 금융이 개입 가능한 모든 것을 API 생태계로 끌어들여 제3자 또는 외부 사업자의 솔루션을 고객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 클라우드의 이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방식
**오픈 API - 이용자가 일방적으로 제공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개된 프로그램
예를 들어, ‘제로’라는 회계 소프트웨어와 ‘탤리’의 ERP 프로그램을 DBS 고객 계좌와 연동시켜 거래기업의 입출금 내역과 계좌 정보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철저한 고객중심적 관점에서 모든 접점을 디지털화하고,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문화 자체를 바꾸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경영 실적으로 보여주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례다.
금융 4.0 시대에 기존 메가뱅크들과 빅테크기업의 금융 패권 전쟁은, 대고객 접점이 디지털화 되고 있는 개인 또는 소매기업 대상 금융서비스에서는 은행이 고전할 것이고, 은행은 기업 고객들과 VIP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서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된다. 그래서 은행들은 디지털화를 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사람이 담당해야 할 분야는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대기업의 기업 금융 거래는 최후까지 메가뱅크가 사수해야 할 업무다. 개인 거래의 경우 부유층 거래가 남기 쉽고,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는 금융 디스럽터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부유층은 신뢰, 신용과 전문성을 더 중시하지만,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는 뛰어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금융 디스럽터가 특기를 발휘하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업무별로 살펴보면 예금, 대출, 환전이라는 3대 업무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무는 환전(결제)일 것이다. 금융 디스럽터도 사실상 예금에 가까운 서비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법률상 예금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일정 조건을 충족한 금융기관에 한정된다. 대출에서는 대기업 거래가 남기 쉽고, 중소기업 거래는 금융 디스럽터의 공격을 받기 쉬울 것이다.
p.298
아쉽게도 기존 은행들은 고객 경험에서 밀리고 있다.
본질인 플랫폼이다
이 책이 쓰여진 이후에도 시장과 기술의 놀라운 변화가 계속 목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다시금 주목 받았다. 메타버스 내에 명품숍은 물론이고 은행이 문을 열고, 회사들이 회의를 하는 세상이다.
기존 금융기관들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글로벌 테크 컴퍼니들의 놀라운 전략에 감탄만 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내재화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들의 전략을 넘어 먼저 혁신하지 않는다면 소멸의 속도는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방향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안타깝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마존이 아니다. 알리바바도, 네이버도 아니고 카카오도 아니다. 그들에게 커머셜 플랫폼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도 없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은 태생이 플랫폼이다. 금전적 가치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연결하고, 가치를 저장하는 사람과 신용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하고, 현재의 투자를 미래의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플랫폼인 것이다. 그래서 플랫폼 강자들 보다 더 치열한 고민과 더 치열한 자기파괴적 혁신을 필요하며, 우리 또한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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