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욱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횡횡하는 요즘. 우리는 제대로 느끼고 판단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모든 감정에서 두려움이 판단력을 가장 약화시킨다
레츠 추기경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분쟁 완화와 돈바스 지역에 거주 중인 400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계 시민 보호를 명목으로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진입했다. 러시아측은 ‘특별 군사작전’의 개시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전쟁’의 개시였다.
전쟁으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삶의 터전은 유린당하고 있다. 전투를 피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어느새 800만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 집계된 난민 수만 해도 5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소수 권력자의 야망과 탐욕이 낳은 비극이다.
페이크 뉴스와 음모론
페이크 뉴스와 음모론이 만났을 때
야망과 탐욕을 교묘히 숨기려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도 판을 치고 있다. 르비우의 폭격 현장을 담은 사진을 두고 캐나다의 에드먼튼에서 촬영됐다는 음모론과 마리우폴에서 폭격을 피해 대피하는 임신부를 전문배우가 연기한 조작이라는 음모론까지. ‘아니면 그만’ 식의 무차별적인 음모론이 난무한다.
음모론들의 공통점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강대국의 유력 정치인이나 외교 수장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는 점과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생성, 전파, 소비되면서 방법이나 양상이 과거와는 판이해졌다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
에코챔버스, 음모론 탄생과 확산에 촉매제가 된다.
음모론의 탄생과 확산에 촉매제가 된 것이 바로 에코챔버스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이든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오히려 같은 입장과 시각을 가진 무리끼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인터넷상에 급속도로 퍼지는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 과학에 대한 불신은 음모론에 뿌리를 둔 경우가 많다. 최근 리서치에 의하면 미국 인구의 28%, 폭스뉴스 시청자의 50%는 ‘빌 게이츠가 백신 주사로 위치추적이 가능한 마이크로칩을 인간의 몸에 주입하기 위해 코로나19를 고의로 퍼트렸다’는 음모론을 사실로 여겼다. 또한 미국인의 50% 이상이 최소 하나 이상의 음모론을 믿는다고 밝혀졌다.
가짜 뉴스를 믿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심리적 요인 중 하나인 부정적 감정. 백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임인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일명 KKK단이 다른 인종이나 종교를 모략과 공포팔이로 탄압하고 차별하는 본질적인 이유도 부정적 감정이다.
음모론자들이 좋아하는 언어
뉴월드오더, 딥스테이트, 오바마, 빌 게이츠,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등과 같은 권력과 사망, 그리고 종교와 연관된 공상적 시나리오는 음모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문구는 개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마음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분석을 통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교환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통찰력, 그리고 온라인 에코챔버스를 유발하는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퐁 교수팀은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팔로워 수 기반) 트위터 활동가 중 각각 음모론과 과학론 신봉자 5명씩, 총 10명을 추려 이들과 이들의 추종자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내포하는 주요 심리적 특성을 실증적으로 탐구했다.
음모론과 과학론 신봉자 10명 모두 추종자들의 의견이나 행동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위, 지식, 지위를 갖춘 인플루언서다. 이들 10명으로부터 총 16,290개, 이들의 추종자들 1,656명으로부터 160,949개의 트윗이 수집됐고, 연구팀은 트윗에 사용된 용어를 감정적 측면과 주제별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여 각 그룹(신봉자와 추종자로 구성된) 간 차이점을 평가했다.
음모론, 과학론 추종자들이 각각 트위터에서 자주 사용한 언어들
감정적 측면에서 5명의 과학론 신봉자들이 빈번하게 사용한 용어는 과학, 사람, 시간, 세계, 오늘, 미래, 선, 지구 등이었으며, 5명의 음모론 신봉자들은 추종자, 예고편(음모론 영화), 트럼프, 인포워스, 러시아, UFO, 보고서 등을 자주 언급했다.
음모론자들의 쓰는 용어 기저에는 부정적 감정이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음모론 신봉자들은 폭력, 분노, 걱정을 나타내는 용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과학론 신봉자들보다 배로 높으며, 추종자의 경우도 과학론보다 음모론 쪽이 훨씬 높았다. 음모론을 믿는 기저에는 부정적 감정이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결과다.
주제별 관점에서 음모론 그룹은 권력, 사망, 종교 관련 용어를 과학론 그룹과 비교해 최대 3.5배나 많이 인용했다. 이에 더해 음모론 추종자들은 ‘우리’와 ‘너희’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선호했다.
음모론을 성장시키는 건 부정적 감정과 신비스러운 이야기다. 우리가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각종 눈속임에 현혹되는 한 음모론은 우리의 마음을 숙주 삼아 언제든 팬데믹처럼 세계를 휩쓸 것이다. 우리는 인류의 유산인 오감과 생각을 활용해 제대로 느끼고 올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써먹을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