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욱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경제학의 거두인 '조지프 슘페터'는 1942년에 발표한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가는 단순한 발명(invention)이 아니라 생산수단, 생산품, 조직의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혁신(innovation)'의 주체라고 말합니다.
현재를 파괴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 창조는 파괴의 또 다른 이름이다. 리스크를 두려워하면 창조는 없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는다.
반면 도전의 성공은 미래 시장 지배라는 천문학적 가치와 과실을 보장한다.
조지프 슘페터
바다의 베테랑 어부는 통통배와 그물만으로 만선의 경적을 울리고, 전장의 베테랑 대원은 매복한 적으로부터 전우들의 희생을 막고, 화재 현장의 베테랑 소방대원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화염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한다. 혁신적 기업가는 산업현장의 베테랑이다.
혁신적 기업가의 '발명'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으로 무장한 혁신적 기업가는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사업으로 발전시켜 이익을 창출하는 의사결정이 정확하면서도 빠르다. 행동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빠르면서도 정확한 의사결정은 자연스런 조합이 아니다.
직관은 빠르지만 부정확하고 이성은 정확하지만 느리다. 의사결정은 직관과 이성의 협업으로 탄생하지만 직관의 압도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판단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이성을 의도적으로 깨워 모든 정보를 꼼꼼하고 신중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러니 빠르고 정확하기란 근본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혁신적 기업가는 어떻게 유전적이면서도 심리적인 딜레마와 난관을 혁신과 기업가치로 승화시키는 것일까?
영국 서리대(University of Surrey)의 새들러-스미스(Sadler-Smith)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혁신적 기업가는 직관적 전문성(Intuitive Expertise)을 발전시켜 이러한 딜레마와 난관을 극복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그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과 경험을 토대로 과학적, 객관적, 전문적 사고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전형적인 시스템 2(이성)의 특성을 갈고 닦은 사람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혁신적 기업가는 오랫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고도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직관처럼 쓸 수 있는 독특한 능력, 즉 직관적 전문성을 발전시킨다.
직관적 전문성은 미지의 신사업 기회를 포착, 평가하고 추진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 과정에 관여하면서 방대한 정보를 문제해결에 필수적인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들로 신속히 분리하고 문제와 관련한 환경적, 상황적 요소(예를 들면, 경제위기 또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고려하여 최적의 해법을 찾아간다.
레이더가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분석하듯이 직관적 전문성은 다가오는 기회나 위협을 감지하고 그에 대처한다.
음모론자들이 좋아하는 언어
정부, 기업, 투자자,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사회 전반에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CSR의 발단, 동기, 활동, 과정 및 결과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CSR이 기업의 경쟁력, 재무 성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기존 연구는 크게 긍정과 부정의 상반된 결과로 나뉜다.
긍정적 영향을 보고하는 연구는 CSR을 사회 활동가(Social Activists)의 우려를 해소하고 기업의 경쟁력과 재무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비시장(Non-market) 활동으로 인식한다. 긍정적인 효과의 주요 원인으로 기업 평판 상승, 외부 자본에 대한 접근성 향상, 신용등급 개선을 통한 자본비용 감소 등이 거론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는 문헌에서는 CSR에 대한 투자가 재정적으로 역효과를 낸다고 주장한다. 자발적인 CSR 활동과 투자수익 사이에는 주로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CSR 활동 참여가 기업에 불필요한 추가 비용을 감수케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용을 생산적인 투자 전략에 사용한다면 더 큰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미국 텍사스대-타일러(The University of Texas at Tyler)의 알샤마리(Al-Shammari) 교수 연구진은 CSR의 상충된 관점과 효과를 경영진(CEO와 이사회)의 CSR 전문성을 기준으로 분석하여 교차점을 모색했다.
연구 결과, 경영진이 과거 다른 기업에서 쌓은 CSR 경험과 전문성(직관적 CSR 전문성)은 현재 기업의 CSR 학습 능력을 향상함과 동시에 정부, 주주, 채권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CSR 투자를 설계하고 시행해 기업가치를 증대하는 시너지 창출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CSR 전문성은 기업 가치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온다.
비록 경영진이 쌓아온 직관적 CSR 전문성이 다른 분야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성과 부진에 빠진 기업을 회생시키기엔 역부족이었지만 유능한 경영진 덕에 이미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기업을 더욱 우수한 기업으로 성장, 발전시키기엔 충분했다.
우리를 구원할 혁신적 기업가
청년실업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안이 창업이다. 직관적 전문성을 키우는 자양분인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혁신과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은 경제성장의 엔진 또는 원천으로 곧잘 비유된다. 기업가정신이 없는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기업가정신은 망망대해와 같은 기회의 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조직, 상품, 서비스의 혁신을 이루며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킨다.
드론이 물건을 배달하고 로봇이 주식을 분석하고 고객과 상담한다. 스스로 진료하고 치료하는 시대도 멀지 않다. 자율 운전의 시대에는 지긋지긋한 교통체증도 과거사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선도하는 사람들이 바로 직관적 전문성으로 무장한 혁신적 기업가다.
창조적 파괴가 우리의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그들에겐 보통 사람들이 갖지 못한 센서가 있다.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 변화의 의미를 빠르게 분석하고 평가해서 진정한 가치 창출의 기회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투자하고 추진한다. 이런 과정이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진다. 그래서인지 성공한 혁신보다는 실패한 혁신이 훨씬 많다.
그렇다고 기업가정신과 직관적 전문성을 폄하해선 안 된다. 결국 성공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부산물이니 말이다.
우리를 가난에서 구한 것이 인내와 노력이었다면 우리를 무한경쟁, 불평등, 환경오염, 증오와 갈등에서 자유롭게 할 덕목은 기업가정신이요 직관적 전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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