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ㆍ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지은이)ㆍ이경식(옮긴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걸 사면 후회할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를 것 같은 느낌? 그렇게 매번 통장을 훑어보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매번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뭔지 모르니까!
돈은 머리에 넣고 다녀라. 절대로 가슴에 품지 마라
조나단 스위프트
왜 우린 늘 물건을 사고 후회할까? 왜 매번 월급은 통장을 스쳐지나가기만 하고, ‘내가 이렇게 많이 썼을 리가 없어!’라며 카드 이용 내역서를 훑어보며 머리를 쥐어뜯을까?
후회는 월급날에 월급과 함께 찾아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뭔지 모르니까. 돈을 잘 쓰고, 잘 모으려면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돈의 본질’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돈에 대한 의사결정에 대해 인간 심리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와 코미디언이자, 저술가인 제프 크라이슬러가 행동경제학으로 살펴본다.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을 통해 ‘돈’이란 무엇인지 파헤쳐보자.
우리는 돈의 본질이
뭔지 모른다
돈의 본질은 바로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이란 뭔가를 살 때 대신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 돈, 사람 등 주어진 것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없다.
만 원만 들고 마트에 가면 당연히 만 원치밖에 못 산다.
다시 말하면 어떤 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나머지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라떼 한 잔을 안 사먹었다면 라떼값 5천 원으로 뭘 할 수 있었을까? 겨우 5천 원? 생각이 든다면, 2백만 원짜리 최신 스마트폰, 4천만 원 상당의 자동차, 수십억 대 아파트라면 어떤가? 이걸 안 샀으면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돈으로 뭘 할지 생각이 잘 안 날 것이다.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게 바로 우리가 돈을 아무리 써도 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유다. 돈을 쓸 때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는 것 말이다. 왜 우리는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돈을 쓸까?
답은 간단하다. 기회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가 1850년에 발표한 <깨진 유리창 우화>를 통해 기회비용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아들이 가게 유리창을 깨뜨리자, 아버지가 노발대발한다. 이에 주변 사람들은 “당신에겐 손해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이득이에요. 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유리가 한 번도 안 깨지면 유리 가게는 뭘 먹고 살겠어요?”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유리를 고치는 비용이 10만 원이라면, 아버지는 10만 원 손해, 유리 가게는 10만 원 이득이다.
만일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이것이 바스티아가 주장하는 ‘보이는 것’이다. 만약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10만 원으로 아들에게 새옷을 사주거나, 새 구두를 샀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들이 유리를 깨서 이런 다른 선택들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새 유리를 사는 대신 다른 소비의 기회를 포기하게 한 것, 즉 기회비용이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돈을 잘 쓰고 싶다면, 늘 돈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 기회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내 마음 속에는
금융 범죄자가 산다
퇴근 한 시간 전, 갑자기 배가 고픈 당신. 그런데 이번 달 간식비를 다 써서 간식 사먹을 돈이 없다.
'빨리 집에 가서 저녁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6시 땡하자마자 달려나갔는데, 버스가 20분 뒤 도착 예정이다. 당신의 머릿속은 배고픔으로 가득찬 상황.
이때 택시가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이번달 교통비는 아직 넉넉하니까 택시탈까? 빨리가서 저녁 먹으면 간식비를 아끼는 거니까, 택시타는 게 이득이지!’
바로 그 순간이 내 안의 금융 범죄자가 고개를 든 순간이다.
매달 꼼꼼하게 식비, 교통비, 여가비를 나눠 가계부를 작성하고 알뜰살뜰하다고 느꼈겠지만, 이렇게 카테고리를 나눠 돈을 쓰는 게 늘 옳은 건 아니다. 가계부라는 틀 안에 갇혀 심리적 회계가 빈번하게 일어나니까.
가계부가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심리적 회계란 돈을 주제, 목적, 용도별로 묶고 다른 카테고리면 다르게 취급한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가 돈에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달 생활비를 나눌 때 식비, 교통비, 쇼핑 등 카테고리를 나눠놓고 정해놓은 카테고리, 금액 내에서만 소비를 한다. 간식비는 다 써서 3천 원짜리 토스트 사먹을 돈도 없지만, 교통비는 아직 넉넉하니까 택시비로 만 원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우린 알게 모르게 심리적 회계를 저지른다. 심지어 이게 왜 잘못됐는지도 모른다. 똑같은 만 원을 쓰더라도 그 만 원을 어디에 쓰냐에 따라 만 원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것질하는데 만 원, 택시 만 원, 책 한 권에 만 원, 환경을 위해 기부한 만 원. 과연 이 만 원들은 전부 같은 만 원인가. 심리적 회계를 통해 돈을 쓰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분명 똑같은 만 원을 쓰는 건데 그 만 원을 쓰기위해 내 안에서 합리화, 비리가 난무하며, 때때로 분식회계를 저지르기도 한다.
심리적 회계는 나도 모르게 일어나곤 한다.
‘다음 달 간식비를 땡겨쓴 거야.’, ‘다음 달엔 보너스 들어오니까 좀 더 써도 괜찮아’ 이렇게 말이다. 심리적 회계로 소비를 합리화시키는 건 결국 합리적이지 못한 소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댄 애리얼리는 말한다.
돈을 쓸 땐 늘 기억해야 한다. 이 만 원을 어떤 카테고리, 목적, 용도별로 쓰든 간에 그 만 원은 ‘내 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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