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ㆍ앙드레 코스톨라니(지은이)ㆍ 한윤진(옮긴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누구나 이런 충고를 들어본 적이 있다. '우량주를 사서 몇 년 기다리면 이익이 납니다'라는 뻔한 충고. 이에 대해 코스톨라니는 인간은 원래 '놀이하는 동물'로 타고났기 때문에 아무도 이런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당신이 '인간'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생리와 기본적인 투자의 원칙들을 모른다면 손해만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 주식시장을 경제의 온도계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 110p
놀랍게도 최근 이 책이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위안을 받기 위해 이 책을 사람들이 고르는 것일까?
2021년 하반기 이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주식시장
저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다. 이 책을 무려 아흔이 넘어서 썼다고 하니 대단하다. 이 노신사가 수 십년에 걸친 자신의 투자 경험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책에서는 코스톨라니가 그 나름대로 정리한 투자의 근본적인 비밀과 기술을 안내한다. 어떻게 보면 조금 올드(old) 한 투자법이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 근본은 변함없이 투자에 대한 많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많은 경험을 통해 쌓은 지혜들이니 지금의 투자자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기간에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부유한 배우자를 만난다.
둘째,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갖는다.
셋째, 투자를 한다.
28p
부자. 누구나 되고 싶은 꿈의 단어다. 코스톨라니는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단순한 제안을 한다. 우량주에 투자하고 몇 년간 푹 자고 일어나라고. 요즘 투자 후 공인인증서, 금융사 앱 등을 삭제하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수익만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투자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지적 역량을 시험하는 모험의 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하는 경험을 통해 “그래, 내 생각과 논리가 맞았어!!”를 즐기고 싶어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다.
지인들이 가끔 경제와 주가에 대해 혹은, 가치(Value) 와 가격(Price)에 대해 물을 때 필자는 주인과 개의 산책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한다. 처음 그 이야기를 제게 들려준 사람이 바로 코스톨라니다. 지금도 이보다 찰떡같은 비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가치와 가격의 관계는 주인과 개의 관계와 유사하다.
한 남자가 개와 산책을 한다. 보통 개들이 그렇듯 주인보다 앞서 달려가다가 주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다가 자기가 주인보다 많이 달려온 것을 보곤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그렇게 둘은 산책을 하면서 같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주인이 1Km를 걷는 사이 개는 쉬었다가 다시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약 4Km를 걷게 된다. 여기서 이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
95p
그는 또 금융시장의 다양한 참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상당히 시니컬한 평가가 이어진다. 각 참여자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가 무엇인지에 대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제가 금융시장에서 20년 넘게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의 의견이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타당한 측면이 있다.
코스톨라니의 인사이트에는 상당히 타당한 측면이 있다.
나는 어느 레스토랑이든지 가면 웨이터가 추천하는 메뉴는 절대 주문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레스토랑이 빨리 팔아 치우려고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종목이나 투자유형 또한 마찬가지이다.
220p
코스톨라니는 다양한 이야기를 책에 실었는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주인과 개의 산책과 함께 '코스톨라니의 달걀'과 소신파/부화뇌동파 투자자 분류를 가장 많이 기억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금융사들이 이 모형을 다양하게 변형하여 자산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단순한 논리 같지만 사실은 꽤 어려운 이야기다. 문장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거기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건 다른 차원이다. 실제 현장에서 소신파라 믿었지만 부회뇌동하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많고, 과장국면, 조정국면, 동행국면에 대한 판단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금융사에서 쓰이는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
최근 금리상승과 함께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B1 조정국면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이 때는 거래량이 감소하고 투자자의 숫자도 줄어드는 시기다. 주변에서 주식 정리했다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반면에, 이미 벌써 금리 상승 전망이 과장되게 반영되었고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서서히 B2 동행국면을 지나 조만간 B3 과장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코스톨라니는 금리가 다시 저점에 다가가면서 거래량이 늘어나는 B3 과장국면 또는 거래량과 투자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A1 조정국면에서 매수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결국 지금이 어떤 국면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그가 제시한 권고사항 10가지와 금기사항 10가지도 참고할 만 하다. 시장의 오래된 격언들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격언들은 투자 할 때는 생각이 안 나거나 무시한다. 그러다가 손실을 보고 나서야 불현듯 떠올라 실패의 핑계가 되어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