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지각 인생을 살아온 저는 취업도 남들보다 늦은 편이었습니다. 인턴 생활만 1년 넘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정직원’이 목표가 되어 있었어요. 카피라이터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제겐 대체불가한 일이었고, 아직까지도 제 이름이 적힌 명함을 처음 받았던 날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카피라이터’라는 다섯 글자와 제 이름이 나란히 적힌 것을 보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지요.

당신은 왜 일을 하나요?
오랫동안 제 꿈을 응원해 준 선배는 명함 지갑과 함께 이런 내용이 적힌 짤막한 편지를 적어주었어요. 카피라이터가 된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어느 날, 처음의 기분을 떠올리려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3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직장 생활 권태기였던 걸까요. 높은 업무 강도와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지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막막한 물음이 수시로 찾아왔습니다. ‘잘하고 싶다’라는 결심은 잊은 지 오래였고, 나한테만큼은 찾아오지 않을 거라 믿었던 번아웃이 한 달 넘게 계속되자 처음으로 무기력감을 느꼈습니다.

답을 찾기 위한 여정 속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까
‘5년 후에도, 아니 당장 1년 후에도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머뭇거리는 자신을 발견했을 땐,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하기도 했어요. 그 무렵, 저에게 뼈 때리는 말을 던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CEO이자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입니다.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면 결과가 나오고 급여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궁리할 필요도 없다. 눈을 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쓰고 있지만, 정작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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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많은 기업들의 추천 도서로 떠오른 <왜 일하는가>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대표작이자,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순간들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가감 없이 풀어놓았지요.
그가 살아온 날들을 가만히 따라가던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카피라이터가 된 것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했구나.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그 모습은 지금의 나와 어떻게 다른지, 그 과정이 나를 어떤 면에서든 성장시킬 수 있는지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어요.
일을 대하는 자세는, 곧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노력을 노력이라 여기지 않으며,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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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사실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엔 동기들끼리 ‘지금 하는 일은 내가 꿈꾸던 것과 다른 것 같다’는 말을 참 많이 주고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일이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합니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당장 눈앞에 놓인 일에 애정을 갖고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일들이 눈앞에 찾아온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마침내 기적 같은 순간과 마주하게 될 거예요. ‘이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 일은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는, 그 짜릿한 순간을 말이에요.

답은 질문을 찾는 그 과정 속에 있었다.
어느덧 아흔의 노경영자가 된 저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왜 그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끌려다녀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도, 그리고 인생도..
문득 두 가지 물음에 당신은 어떤 답을 내릴지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그 답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