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ㆍ스벤 브링크만(지은이)ㆍ강경이(옮긴이)
바쁘면 이것만
1. 수단과 목적이 바뀐 주객전도 상황
· 성장과 소비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의 자기계발을 부추긴다.
·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노력해도 언제나 불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2. 우리가 늘 불안한 이유
· 가속화 문화는 기술의 발달, 물질적 풍요를 불러왔지만 '끊임없는 변화'라는 구속을 만들었다.
· 안정적 삶을 위해선 변화를 따라가는 대신 굳건히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3. 불안을 해소할 치료제, 스토아 철학 적용법 3
· 자아 중독 끊어내기 : 모든 원인을 내부에 두지 말라.
· 인생의 부정적인 면 인정하기 : 부정을 통해 삶을 긍정하라.
·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소설 읽기 : 흔들리지 않는 삶의 관점을 찾아라.
끊임없는 전세계적 갈등, 요동치는 증시 및 자산시장, 현실로 다가온 인구 문제, 얼어붙은 취업시장, 근로소득에 대한 회의, 앞당겨진 은퇴 나이, 평생 직장이 없는 시대 등..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졌습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퇴근 후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부지런히 사는 삶이란 뜻의 신조어 ‘갓생살기’가 유행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죠. 조기 은퇴, 파이어족, 경제적 자유를 외치며 N잡을 통해 제 2의 월급을 벌거나, 이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합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그런데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런 시류에 반기를 든 사람이 있습니다. 삶의 질이 높기로 유명한 덴마크에서 신뢰받는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스벤 브링크만인데요. 그는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얻은 시간을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이는 데 쏟아부으며 , 안 그래도 빽빽한 다이어리를 더 꽉꽉 채우고 있다. 더 빨리 ‘경제적 자유’를 얻고, 더 빨리 ‘조기은퇴’해서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 그렇다면 애초부터 조금씩이라도 일상의 여유를 찾으면서 살면 안 되는 걸까? 왜 속도가 그 자체로 삶의 목적이 되었을까?"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수많은 일을 겸하고 있는 저는 이 대목에서 뜨끔했습니다. 행복을 위해 N잡러의 길을 택했지만 여유 없는 일상에 치이며,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느낌을 종종 받았기 때문인데요.
목표가 희미해진 행위는 비교적 빠르게 정신적 소모를 불러왔습니다. 번아웃의 주기는 짧아졌고, 회복에 필요한 시간은 길어졌죠. 어째서 속도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걸까요?
수단과 목적이 바뀐 주객전도 상황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의 저자 스벤 브링크만은 자본주의에 대한 설명으로 그 답을 대신합니다.
성장과 소비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자리에 있는 건 뒤쳐지는 것으로 치부됩니다. 유연한 노동력을 원하는 자본주의는, 언제든 시장이 원하면 변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자기계발을 부추기는데요.
사회는 무한경쟁을 추구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인물을 우상으로 만들어냅니다. 이 사람처럼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노력이다, 라고 속삭이면서요. 또한 가난의 원인이 온전히 개인에게 있다고 보고, 노력이 부족해서라며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죠.
이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와 오프라인 강연, 서점 베스트셀러 진열대, 티비 프로그램 등 어디서나 성공한 인생 멘토와 자기계발 강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우리는 늘 불안합니다. 19세기와 비교하면 2시간 가까이 덜 자고, 1970년대보다 하루 평균 30분을 덜 자는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부족한 기분이 듭니다.
우리가 늘 불안한 이유
사실 이렇게나 빨리 움직이는 세상에서 방향과 시간 감각을 잃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계속해서 변화해야 함에 한곳에 뿌리내릴 수 없어 불안정한 것이죠.
가속화 문화는 기술을 발달시키고 , 물질적 풍요를 불러왔지만 ‘끊임없는 변화’ 라는 구속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어려운 사회에서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은 더 늦기 전에 발 디딜 곳을 찾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곳에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 대신 굳건히 서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요. 있는 모습 그대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단서는 바로 ‘스토아 철학'에 있었습니다.
불안을 해소할 치료제, 스토아 철학
저자는, 현대인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치료제로 스토아 철학을 제시하는데요.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이 철학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한다는 걸까요?
우선 자기 통제, 삶의 유한성을 강조하는 스토아 철학은 온갖 복잡한 일로 속이 시끄러운 현대인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 수 있는데요. 그 몇가지 비결을 가져와봤습니다.
- 모두가 ‘당신이 이룰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해 보라!’며 긍정적 시각화를 찬양하지만, 반대로 스토아 철학자들은 ‘당신이 가진 걸 거의 잃었을 때, 마지막까지 남는 건 무엇인가?’를 고민하라고 말한다.
- 모두가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즐기라고 말한다.
- 모두가 감정을 자유롭게 발산하라고 주장하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기 절제를 배우고 가끔은 감정을 억제하라고 조언한다.
- 모두가 죽음을 피해야 할 금기처럼 여기지만, 오히려 스토아 철학자들은 매일 자신의 유한한 삶을 생각하며 지금의 삶을 고맙게 여기라고 말한다.
삶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이 철학의 기술을 빌려 우리는 앞으로 단단히 서 있는 법을 배워볼 겁니다.
이 책에서는 그 내용을 7가지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1. 자아 중독 끊어내기
2. 인생의 부정적인 면 인정하기
3.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아니요’라고 말하기
4.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기
5. 건강한 삶을 위해 우정 쌓기
6.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소설을 읽기
7. 좋은 일상을 만들기 위해 뿌리내릴 곳 찾기
불확실한 시대를 대비하던 자기계발, 그 기존 관념을 뒤집는 7가지 방법 중 독자들 입장에서 특히 더 색다른 권고라고 느낄만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보겠습니다.
1. 자아 중독 끊어내기
수많은 매체에선 진정한 자신을 찾고, 그를 위해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저자는 과감히 그 목소리를 끊어내라고 하는데요. 자기 탐색이나 자아 찾기가 유용한 점도 있지만 외부 세계를 살핌으로써 당면한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내면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고 말하고 있지만, 모든 원인을 내게 두지 말라는 뜻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 두면서 자책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죠.
그와 동시에, 절제되지 않은 탐욕과 같은 육체의 속삭임 역시 끊어내라고 말하는데요. 이를 위해선 강한 의지가 필요하겠죠. 스토아 철학자 ‘윌리엄 어빈'은 자발적 불편 경험하기를 제안합니다.
극단적 금욕생활과 같은 큰 불편함이 아닌 몸에 나쁜 음식을 참고, 차를 타는 대신 걸어 다니는 것과 같은 간단한 불편 정도면 됩니다. 이 자발적 불편 경험하기에는 큰 이점이 따릅니다.
작은 불편을 참다보면, 불편이 익숙해지죠. 이는 미래의 시련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운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도록 만들어줍니다. 또한 육체의 속삭임에 대항하며 절제력과 의지를 키울 수 있습니다.
2. 인생의 부정적인 면 인정하기
두 번째 방법은 삶은 문제 투성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생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라'와 같은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죠. 마치 긍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긍정 만능주의가 답은 아니죠. 과한 ‘긍정적 환상'은 되려 상황을 왜곡해 문제를 더 악화시킵니다. 이에 저자는 부정적인 면을 외면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문제를 인정하고 그 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움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죠.
부정적인 면을 인정했을 때의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부정을 통한 삶의 긍정입니다. 쉬운 예로 ‘죽음’을 들 수 있는데요. 스토아 철학자들은 오늘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역으로 죽음을 생각했다고 하죠.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부정적 시각화라 불리는 스토아 철학의 기법입니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여러분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잃는다고 가정해보는 겁니다. 우리는 행복에 금방 익숙해지고 쉽게 무뎌지는데요. 부정적 시각화는 행복이라는 쾌락에 적응하지 못하도록 하여, 더 자주 고마움을 느끼도록 만들어줍니다.
두 번째 방법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겁니다. 유한한 삶과 그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어쩐지 오늘을 더 온전히 살아내고 싶어지죠.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 인생을 더 즐길 수 있습니다.
3.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소설 읽기
단단히 서기 위한 세 번째 방법은 바로 소설 읽기입니다.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소설 읽는 행위를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저자는 오히려 그 반대 의견을 피력합니다 . 소설이야말로 삶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요.
소설은 인생을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시련을 직시하도록 합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삶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각기 다른 삶과 자아를 보여주기도 하죠. 인생이 얼마나 뜻대로 되지 않는지도 보여주고 수많은 타인과 사회, 문화 속에 얽혀 사는 모습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굳이 고전이 아니어도 되니 적어도 한 달에 소설 한 권은 꼭 읽으라 말합니다. 소설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삶의 관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읽은 소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면 분명 더 좋은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 자체에 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사회 흐름에 휩쓸린 맹목적인 자기계발에 대한 신념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공허하고, 소모적이며, 천편일률적인 목소리를 말이죠.
중요한 건 자신을 몰아치지 말 것, 삶을 진실하게 볼 것. 이 두 가지 입니다.
과거에서 얻은 배움을 통해 역사는 나아갑니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의 가치’를 전하고 있는데요. 오늘이 있는 건 어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우리의 기반이 되는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행동은 비 온 뒤 땅이 굳듯, 발 딛고 서 있는 지금 이곳을 단단히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더 좋은 앞날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죠.
끝이 보이지 않는 트랙 위를 무한정 달리며 불안에 시달리는 대신,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을 찾길 바라겠습니다. 휘몰아치는 변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서있도록 도와주는 책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