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가지 사건으로 보는 투기의 세계사ㆍ토르스텐 데닌(지은이)ㆍ이미정(옮긴이) 

투자와 투기, 그 한 끗 차이를 가르는 시각을 기르고 싶다면

바쁘면 이것만


1.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의 버블, 튤립

·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구근을 살 권리'가 거래되었다.

· 폭등한 튤립 가격은 95% 이상 하락했다.

· 상품의 실질 가치가 아닌 것이 거래되면 투자는 투기가 된다.


2. 현대에도 버블의 역사는 반복된다

· 2011년 중국의 독점으로 인해 희토류 가격이 폭등했다.

· 2006년 자연재해로 인해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다.

· 일시적 가격 변동에서 수익을 노린 기업들은 대부분 몰락했다.


3. 현대판 튤립 파동, 비트코인 사태

·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20배 이상 폭등했다.

· 2018년 해킹, 사기 등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며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했다.

· 투기의 특징은 '일시적 현상에 대한 반영구적 전망'이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하지 못하겠다.

아이작 뉴턴 / 자신의 주식을 판 후 계속 오르는 주가를 보며

역사의 존재 의의는 우리가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습니다. 올바른 투자의 방향을 잡기 위해 그릇된 투자, 즉 투기의 역사를 살피는 것은 반면교사 이상의 도움이 될 수 있죠. 

 

저자는 이러한 목적으로 42가지 투기 사건을 정리했는데요. 이 책을 통해 무엇이 투자와 투기를 가르며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지 파악하는 시각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서문을 시작합니다.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의 버블, 튤립


투기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튤립 파동에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1673년 튤립 투기 사건은 역사상 최대 버블 사태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최초의 시장 붕괴 사건이기도 하죠. 때문에 이에 대한 분석은 이후 다른 금융 버블 사태를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부유한 신흥 상류층의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이었습니다. 튤립 구근의 신용 거래가 시작되면서 보수적인 사업가들도 무모한 도박꾼이 되어 집과 재산을 걸었죠. 물론 버블이 터지는 1673년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처음에는 파종 시기에만 거래되었지만 수요가 급증하면서 땅속의 구근까지 판매 대상에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거래되었던 것은 튤립 실물이 아니라 튤립 구근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였습니다. 1630년대에 튤립 거래는 투기성 사업으로 변질되었고 잠재 구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멋진 튤립 그림을 그려줄 화가만 400명을 고용할 정도였죠.


출처 - 픽사베이


1634년부터 튤립 파동이 절정에 달한 1637년까지 튤립 값은 50배가 뛰었으며 튤립 계약서의 명의자만 10번이 바뀌는 일이 생길 정도로 투기 광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637년 2월 5일 경매에서 처음으로 구매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모든 시장 참가자가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 전체가 붕괴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7일 튤립 거래는 완전히 중단되면서 가격은 95%까지 떨어졌습니다.

 

튤립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상품의 실질 가치가 아닌 수익성만을 보는 순간 투자는 투기로 변합니다. 일시적인 시류에 매달리면서 더 이상 실물이 구매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 권리가 오고가기 시작하는 건 지금에도 위험한 거래로 여겨집니다. 

 

누군가는 이제 관상용 초목에 지나지 않는 튤립과 현대 경제 상황은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대적인 상품도 튤립과 투기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입니다. 오히려 디지털화와 세계화 과정을 통해 국제적인 규모로 성장했죠.



현대에도 버블의 역사는 반복된다


2011년 희토류 열풍을 살펴볼까요? 희토류는 컴퓨터, 휴대전화, 평면 스크린 같은 첨단 기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원자재입니다. 연간 전 세계 생산량의 약 97%를 장악한 중국이 가격의 좌지우지하면서 희토류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것은 환경문제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공할 때 우라늄, 중금속 등 다량의 독성 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생산이 제한적이거든요.


회토류


2011년 희토류 가격이 치솟으면서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 판단한 미국의 중소회사가 희토류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희토류를 비롯해 이색적인 금속을 탐사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몰리코프와 라이너스가 유망한 기업으로 떠오릅니다. 

 

그러나 몰리코프는 2015년 치열한 투자경쟁에 비해 하락한 희토류 가격으로 파산하고 라이너스는 2018년 불거진 환경 감사로 주가 급락을 맞이하게 됩니다.

 

희토류 시장에서 대안이 되고자 했던 두 회사의 도전은 분명 유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해당 상품이 시장에서 제한적인 이유를 간과하고 일시적인 변화에 의존한 승부수였는 점에 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상품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면모가 두드러지는 사건 중에는 2006년 천연가스 시장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천연가스는 친환경 에너지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석유 연료를 대체할 자원으로 받고 있죠. 2005에서 2006년 동안 미국에서 에너지 시장은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출처 - 픽사베이


2004년과 2005년에 카트리나를 포함해 여러 차례 이어진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 시설을 파괴하면서 에너지 공급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겨울철 내내 비교적 일정했던 수요뿐 아니라 극심한 날씨 탓에 가격 변동성이 커졌고 에너지 특히 천연가스의 실질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2004년과 2005년 상반기 동안 6달러에서 7달러로 거래되었던 가스 가격이 허리케인 시즌이 닥치자 15달러 이상으로 치솟았죠. 그야말로 파괴된 환경으로 발생한 상승장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태풍 없이 따뜻한 겨울 날씨와 가격 안정을 위한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15달러였던 천연가스의 가격은 9월에 4달러가 되며 하락장을 걷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천연가스 시장에서 최고의 헤지펀드 투자자로 명성을 떨친 브라이언 헌터와 에너지 부문 수석 트레이더인 애머랜스 어드바이저는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출처 - 픽사베이


그리고 오히려 독점적이다시피한 선물 거래내역을 보고 상품선물거래 위원회는 천연가스 가격을 조작하려고 했다 비난했죠.

 

희토류의 경우에는 적어도 독과점을 타파하고 정치·외교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으로라도 볼 수 있었지만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자연재해에 의존한 무모한 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화한 겨울 기온이 찾아온 2006년의 상황을 두고 운이 나쁘다고 하기에는 우린 이미 온난화라는 기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현대판 튤립 파동, 비트코인 사태


그러나 수많은 투기 중에서 가장 최근의 사건이자 튤립 사건을 웃도는 일은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2009년에 등장한 이후 2017년 20배 이상 폭등한 비트코인은 2017년 12월 시카고 상업거래소가 상품 부문에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도입하면서 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놀라운 가격 상승에 이어 2018년에는 가치가 80% 폭락해 17세기 튤립 파동이 무색할 정도의 역사상 최대의 금융 버블이 됩니다.

 

비트코인은 본래 가치를 재분배하고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게 집중된 자금을 대중에게 돌려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누구나 은행 같은 지불 서비스 또는 대출 기관이 될 수 있죠.


출처 - 픽사베이


방금 구매한 비트코인을 아무도 복제하지 못하는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로 p2p 거래에서 수많은 혁신을 뒷받침해주는 플랫폼입니다. 적용 가능 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IT 관계자의 찬사를 받았죠.

 

그러나 촉망받는 기술이라고는 해도 아직 암호화폐는 초기 단계로 폭락 이전부터 문제가 많은 상품이었습니다. 안정적인 교환수단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은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듭니다. 

 

비트코인을 사고 보유하는 기술이 매우 이해하기 어려워서 거의 모든 사람이 제 3자에게 그 과정을 맡기고 있죠. 이런 지갑-서비스 중개자 시스템은 해킹과 사기 그리고 자본 도피에 악용되면서 위험성을 여러 번 입증했죠. 2018년의 폭락사태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로버트 쉴러는 “비이성적 과열”에서 자신이 발을 담근 상태에서는 버블을 포착할 수도 버블이 터지는 시기를 알아차릴 수도 없다. 이런 일은 과거를 되돌아볼 때에만 가능하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상품 시장 투기는 최근 10년 사이에 일어난 현상이 아닙니다.


출처 - 픽사베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에서부터 21세기 비트코인의 극단적인 상승과 폭락까지의 42개의 투기 사건은 수요나 공급의 일시적인 불균형이 개별 상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줍니다. 극단적인 사건들은 대상이 되는 상품만 바뀌어 운명처럼 반복됩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본 시장은 건망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수백 년 동안 상품 시장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비교해보면서 사건들의 유사점을 찾아보고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포함한 미래의 시장에 대비해야 합니다.

 

일련의 투기사건은 일시적인 현상을 장기적 혹은 반영구적인 현상으로 전망한다는 공통점을 보입니다. 튤립은 일시적인 유행을, 희토류는 일시적인 국가정세를, 천연가스는 일시적인 자연재해를 비트코인은 애초부터 위험성이 큰 자산이었죠. 

 

가격이 급등했다 폭락하기까지는 대부분 3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낙관적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객관성이 결여되지 않았는지 간과한 정보는 없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너무나 많은 것을 잃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부디 많은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지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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